태종 이방원 드라마 분석
5년 만에 정통사극이 다시 부활했습니다. 태종 이방원이 12월 11일에 방영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대하사극이 방영되는 만큼 수많은 역덕들과 어르신들이 기대감을 안고 시청했는데요.
태종 이방원이라는 드라마가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을지 그리고 잘 만들어졌는지 1화를 통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종 이방원 드라마의 슬로건은 "가(집안)를 넘어 국(나라)으로 국가를 다시 생각한다"입니다.
이러한 주제는 1화부터 확실히 나타납니다. 이성계 가문은 국가가 견제할 만큼 커져 버렸고 이기지 못할 요동정벌을 강요받았습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요동정벌은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결국 이성계는 칼날을 국가로 돌려 위화도 회군을 감행합니다. 이성계 집안은 역적이 된 것인데요. 볼모로 잡혀있던 이성계의 아들들은 탈출을 시도합니다.
■ 역사는 거대한 흐름이지만 하나의 점인 인간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다.
첫째인 이방우와 이방과가 탈출하여 진영에 합류하고 다섯째 아들인 이방원은 개경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이천으로 피신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태종 이방원 드라마에서는 이 과정이 나오는데요. 밤중에 가족을 피신시키던 중 이방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어머니 우리가 이미 역적이 되었으니 살아나갈 길은 하나입니다."
"더 강하고 더 큰 역적이 되는 겁니다. 더 잔인하고 더 두려운 역적이 되는겁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우리를 역적이라 부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막강한 이성계 가문은 위화도 회군을 하며 국가에 칼을 돌렸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합니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앞으로 가문이라는 미시적인 인간관계와 국가라는 큰 인간관계를 유기적으로 다룰 것 같습니다.
■ 이성계가 열고 이방원이 쌓아 올린 국가에 세종대왕이 오르다.
태종 이방원 드라마 오프닝에서 이방원이 곧 왕이 될 세자 (세종)에게 겁을 주는 듯한 분위기로 말합니다. 그러다 과거를 회상하며 세종에게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피로 물든 이방원의 치세를 후손들이 떠올렸을 때 결코 미담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물려주었죠.
만약 세종의 치세가 별 볼 일 없다면 후손들이 생각하기에 이방원은 좋지 못한 왕이 될 것입니다. 반면 세종이 성군이 된다면 이방원은 큰 그림을 그린 군주가 되는 것입니다.
태종 이방원은 드라마인 만큼 역사와 작가의 해석 및 상상이 가미되었는데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깊이 있는 표현에서부터 퓨전 사극과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 태종 이방원 첫 화 방영후 반응은?
태종 이방원 드라마에 대한 역덕들의 평가는 준수하지만 약간 기대 이하라는 반응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게 되면 실망도 큰 편인데요. 심지어 오래전에 방영된 대조영과 비교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존의 사극보다 연출면에 있어서는 한 단계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정통사극, 대하사극이 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어설픈 연출이었습니다.
열몇 명 모여서 패싸움하고 10만 대군이라고 하거나 세트장에서 촬영 시 조악한 소품이 등장하여 놀림거리가 되었는데요. 태종 이방원 드라마에서는 연출이 깔끔하게 잘되어 이 장르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다만 그 한계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성전 장면에서 어설프게 폭발하는 cg와 고증 부분에 있어 진보된 것이 없었는데요. 이는 kbs라는 플랫폼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 정통 사극이 나아가야 할 길
오스만 제국의 꿈이라는 작품처럼 궁극적으로 정통사극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돼야 완전한 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넷플릭스가 아니라도 토종 OTT 플랫폼으로 갈아타야 되는 것이죠.
정통사극은 궁극적으로 다큐와 결합한 형식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종이 열연한 임진왜란 1592 같은 작품이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드라마 정도전 같이 깊이 있는 대사가 들어가면 완성형 정통사극이 될것인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태종 이방원은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방향을 잃고 표류한다면 정통사극 회의론이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태종 이방원 드라마는 연출에 있어 과거 대하사극에 등장한 미장센을 살렸는데요.
■ 태종 이방원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기존 사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재 감성을 살린 연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KBS 대하사극의 향기가 있어야 주시청자 층이 즐겁게 볼 것입니다.
김영철의 캐스팅도 이러한 패로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주상욱과 박진희의 외모가 정통사극에 어울리나 사극 연기에 깊이가 없어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정통사극은 초중반까지 시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지만 고비는 중후반부터 입니다. 대부분의 대하사극이 중후반부터 기세가 떨어지며 시청률도 같이 추락했습니다.
태종 이방원이 태조 왕건처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작품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주상욱과 박진희의 연기력도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졌으면 좋겠네요. (시청률 1회 전국 8.7%, 2회 9.4%)